카테고리 없음

만약은 없다 응급의학과의 현실

독서하는고딩 2022. 7. 10. 16:58

만약은 없다 책표지

 

1. 책의 논지

응급실은 환자의 생사가 판가름 나는 곳이다. 의사로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리려 하는 것이다. 환자가 살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를 당한 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중환자실로 전력 질주해 의식을 붙들어놓은 내용을 보면 자신의 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자가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환자가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응급실에는 자살하려고 한 환자가 심심치 않게 실려온다. 저자는 자살시도를 한 남성에게 자신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렇게 잘 이겨내서 일하고 있다고, 기운 내시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넨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가치는 환자의 존엄이 존중받는 것이다. 저자도 사람인지라,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고된 노동에 치이다 보면 눈앞에 놓인 환자를 급하게 처치해야 할 대상으로만 볼 때가 있다. 칼에 맞은 중국인을 치료할 때, 저자는 그를 그렇게 대했다. 그러나 그가 수술실에 실려가기 전 자신이 살 수 있냐고 간절하게 물었을 때 자신의 태도가 부끄러워졌다고 한다. 환자는 혈압, 산소포화도 등 몇 개의 수치로 대변된다. 그럼에도 의사는 환자를 수치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더 깊게 논의가 되려면 현실이 잘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썼다.

2.  책의 논지에 대한 생각

   만약 내 가족이나 지인, 또는 나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수술해줄 의사가 없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을 것이다. 책에도 흉부외과 의사만이 집도할 수 있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가 나오는데, 그 환자는 충분히 소생가능성이 있었지만 흉부외과 의사가 오려면 1시간 넘게 걸려서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생명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취급된다고, 그래서 때로는 시위도 벌어진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사람의 목숨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의사 수 부족 같은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병원 측에서도 사망자의 유가족에게 '흉부외과 전문의가 일찍 도착하지 못해 돌아가셨습니다.' 같은 말은 하지 않고, 흉부외과 의사들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거창하게 개혁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전할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흉부외과뿐 아니라 다른 기피과들도 의사가 부족하고, 의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원자가 줄어들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3. 느낀 점 및 추천

응급의학과가 힘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과에서 모두가 쉬는 휴일에도 당직을 서고 초과근무까지 하면서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지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의사여도 하루에 몇 번이고 사망선고를 내리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데서 꿋꿋이 일하시는 게 존경스러웠다. 살 가능성이 미미한 환자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사망선고를 내릴 때 자신의 처치에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생명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데, 치명률이 낮은 광견병이나 파상풍 같은 문제는 쉽게 이슈화되고 시위도 벌어지는 데 반해 흉부외과 의사 부족으로 환자들이 죽어나갈 때 이를 개선해 줄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낱낱히 알려준다. 특히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를 보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더욱 감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